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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5.07 맹장염 수술 후기
  2. 2011.02.09 안타까운, 너무 안타까운...
2014. 5. 7. 00:17

맹장염 수술 후 5일만에 겨우 퇴원했다. 보통 수술일 포함하여 3일 정도 걸린다고 하나 내 경우는 염증이 좀더 심한 상태여서 5일을 입원해 있었다. 지내고 보니 3일만에 퇴원하는 것은 여러모로 무리였을 것 같다. 오늘은 수술 후 7일째로 좀 살만해진 상황에서 지난 일을 잠깐 회고해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주는 정보를 조금 남기고자 수술 후기를 남긴다. 


평소... 약 석달째 간할적 단식 중이었다. 꽤 규칙적으로 5:2 방식의 간헐적 단식을 진행 중이었고 일주일 중 화, 목요일 아침 점심을 굶은 뒤 저녁을 먹는 식으로 약 2~3Kg을 감량한 상태였다. 단식으로 인한 다이어트의 효과는 크지 않았지만 그 전에는 '너무나도' 규칙적인 식사에 의해 살이 너무 찌는 것 같아서 걱정이었던 것이 적어도 살은 찌지 않으면서 몸도 약간 가벼운 느낌이 드는 것이 좋았다. 그래도 2Kg이나 빠졌는데 어디서 살이 빠진 건지는 잘 모르겠더라. 적어도 뱃살은 아니었던 듯 슬림핏 셔츠는 여전히 쪼이는 느낌으로 불편함을 주고 있었으니... 단식의 과정이 마냥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단식 중엔 참을만 했지만 식욕도 컸고 저녁엔 뭔가 영양을 보충해야겠다는 생각에 평소보다 조금 더 먹게되어 칼로리 소비가 극적으로 줄어든 것은 아니었을 거다. 여튼, 일이 발생하기 전날이 바로 단식날~! 

단식날엔 아침만 먹었다. 원래는 점심까지였으나 당일 거의 나 혼자 떠들어야 하는 회의가 3개인지라 공복으로 버텨내기가 힘들 것 같았다. 게다가 점심 때 먹은 것은 인도식 카레. 굳이 카레가 땡기진 않았지만 점심 메뉴를 소거법을 적용하다보니 그게 남았다. 카레엔 한국사람이 극도로 싫어한다는 고수가 첨가되어 있어 독특한 풍미를 뽐내고 있었으나 중국에서 경험이 있는지라 이정도는~ 하면서 후루룩 잡숴주었다. 뭐.. 당장 회의 시간에 꼬르륵 소리를 듣지는 않았지만 뱃속이 약간 불편하다는 느낌은 저녁까지 계속되었다. (어쩌면 이날 점심이 닥칠 비극의 주인공일지도 모른다는 심증이 들지만, 증명할 길은 없다.) 

오후 일정이 끝나고 일찍 퇴근을 하고 싶었으나 다음날은 종일 외근이라서 업무 정리가 필요했다. 따라서 조금 고민하다가 그래도 저녁은 먹어야 하겠지 하면서 저녁도 회사에서 착실히 먹어 주었다. 저녁 후에도 불편한 속은 그대로 였지만 소화제를 먹거나 하는 조치 없이 일 잘 하고 퇴근했다. 

집에 와서는 계속 속이 좋질 않았다. 특히 맹장 부위인 오른쪽 아랫배가 아팠는데 약국하는 친구한테 물어보니 맹장일수도 단순한 소화장애일수도 있다고 해서 일단 소화제를 좀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싸게 먹힐 병이 아니었던 것이 잠자리에 들고 난 뒤부터 몸에서 식은 땀이 나고 속이 불편하여 계속 잠이 깨게 되더니 새벽 3시 경에는 결국 화장실에서 토까지 하고 말았다. 뭔가를 많이 먹었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체한 것처럼 토를 하고 나니 뭔가 좀 심각해졌다. 일단 임시 요법으로 손을 따니 좀 나아져서 겨우 잠은 잤다. 

마침내 당일은 서울 출근이라 아픈배를 붙잡고 1시간여를 버스를 타고 서울까지 갔다. 오전 회의를 끝내고 목이 말라서 물을 약간 마셨다. 혹시 맹장인 경우 수술 전 속을 비워야 하므로 물도 마시면 안 되지만, 아직 맹장이 아닐 거라는 희망?이 있어서 물을 좀 마셨다. 그리고 바로 근처의 내과를 갔다. 의사는 누워있는 내 배의 여러 군데를 준비운동 시키듯 주욱 눌러보더니 결국 오른쪽 배를 꾸욱 눌러 나의 고통을 확인한 뒤 바로 집근처 큰 병원에서 맹장염 검사를 하라고 한다. 쩝.. 이럴 때 보면 의사 돈 벌기 참 쉬워 보인다. 여튼, 이제 맹장염이란게 한 60%는 확실해진 것 같다. 오후에 참석하기로 한 외부 컨퍼런스는 취소하고 집근처 큰 병원을 알아보니 마침 동탄 한림대성심병원이란데가 있다. 아주대병원엘 가야 하나 하고 고민 중이었는데 집근처에 이런게 있었다니 불행 중 다행이다. 당장 동탄행 버스를 타고 동탄으로 갔다. 또 1시간이 걸린다. 

동탄에 도착하여 내린 정거장에서 병원까지는 약 500m쯤 되는 거리일거다. 평소같으면 금방 걸어갈 거리인데 배가 아프니 암만 걸어도 나타나질 않는다. 숨 고르며 겨우 도착하여 응급실로 들어간다. 접수하고 병상에 누워 문진받으니 의사하나가 와서 CT찍자고 한다. CT찍으면 거의 나온다고 하니... 증상으로 볼 때는 거의 맹장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수술은 하기 싫었는지 맘 속엔 맹장이 아닐거라는 생각이 가득하다. 소화제나 좀 처방해주겠지, 히힛 하는 생각들.. CT 찍고 30분 지나니 의사가 수술관련 서류를 잔뜩 가져와서 친절히 맹장염 확정을 해주고 이윽고 몇 개의 서류에 사인하게 한다. 아.. 드디어 수술하는구나... 

수술은 참 간단했던 것 같다. 입원실 정하고 나서 간호사 따라 침대에 누워 수술실로 들어갔다. 호스를 입에 대길래 숨을 좀 쉬고 있었더니, 의사가 산소에요~ 마취합니다~ 라고 말하고는 끗~! 풋.. 일어나보니 회복실 한쪽에 있고 시간은 예상보다 많은 2시간 반가량 지나 있었다. 원래 1시간 반정도라고 했는데 나중에 듣고 보니 염증이 좀 많아서 오래 걸렸다고 한다. 배가 조금 아프고 다른 곳은 특별히 아프다거나 하진 않은 걸 보니 휴~ 수술 잘 끝났나보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입원실로 오니 가족이 와 있어서 잠시 숨을 좀 돌렸다. 누웠다가 일어서는 것이 좀 힘들긴 했으나 와이프와 아이를 병원에서 재울 순 없기에 씩씩하게 보내고 밤새 화장실 가느라 고생했다. 수술 후 6시간 안에 소변이 나와야 한다고 해서 좀 걱정했느나 소변은 금방 나왔다. 가스도 금방 나오겠지 하고 기대하며 하루는 지나갔다. 

다음날은 참 힘들었다. 몸 가누는 것도 힘들고 배도 고프고 가스는 안 나오니 좀 걱정도 되고 그랬다.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해서 나름 두세시간에 삼십분 이상 운동 삼아 병동을 돌아다녔다. 그래도 가스는 잘 안 나왔다. 엉덩이에서 계속 뭔가 나올 것 같아 화장실에 가면 10분씩 앉아 있어도 나오는 '체'만 하고 아무것도 나오진 않는다. 나중엔 부끄럼을 무릅쓰고 간호사에게 물어도 봤느나 기다리라는 말만 듣고 말았다. 뭐.. 안나오고 베기겠어?? 

수술 삼일째가 되었으나 아직 가스는 요원하다. 슬슬 짜증도 나고, 운동 효과 있는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배도 무진장 고파서 간호사한테 물이랑 밥 언제 먹냐고 몇번을 물어봤다. 물을 못 마시게 하나 겨우 입만 헹구는 수준이었는데 그거라도 안 하면 목이 타버릴 것 같았다. 이 날 아침에도 간호사한테 밥 언제 먹냐 물었더니 아직이라는 답만 한다. 미칠 것 같았는데.. 어라.. 아침시간에 나한테 밥을 갖다 준다. 로또인가 싶다가 간호사한테 다시 확인을 했는데 먹으란다. 와우. 먹어주었다. 깨끗이. 이런 때 누가 하느님 믿으라고 하면 믿을 것 같았다. 다 먹고 나니 살 것 같긴 한데 이번엔 아랫 동네가 난리다. 뭔가 나올 것 같아 화장실에 가면 아무 것도 안 나온다. 이제 뭔가 먹었으니 더 심하다. 게다가 개연성도 있으니 신호가 오면 안 갈 수도 없다. 어쩐다.. 배는 아프지만 간다. 그리고 10시경에 드디어 가스님이 나오셨다. 할렐루야. 온 가족과 친구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이제 탄탄대로인가?? 

가스는 나왔지만 보통 같이 나오는 애들이 안 나온다. 이 녀석들은 완전 장난꾸러기다. 나올 듯 엉덩이 주변을 내내 노크하다가 화장실에 가서 준비하고 있으면 들어가 버린다. 한 다섯번 하니 미쳐버릴 것 같다. 한 번은 양변기에 앉듯이 좌변기 위에 앉아도 보았으나 결국 실패. 진짜 멘붕이 이런건가 싶었다. 누워있다가도 운동하다가도 계속 노크를 하는데 진짜 기분 최악이다. 이쯤되면 눈치챘겠지만 수술부위는 크게 아픈편에 속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배고픔, 배변, 그리고 주사가 더 힘들다. 

사일째, 밥은 아주 잘 드셔주고 있다. 거의 남김없이 먹어주는데 나오지 않는 것이 참 신기하다. 그 많은 것이 뱃속에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우리 몸은 위대한 존재인 것이다. 그리고 이 날 아침 그동안 그렇게 힘줘도 나오지 않던 애들이 드디어 조금 나왔다. 정말 조금. 난 그동안 집어 넣은 것이 있어 뭔가 폭탄처럼 좌악 나올 줄 알았다. 수술 후 설사한다는 사람도 많으니 나름 걱정까지 했었으나 그런건 없었다. 여튼 뭐가 좀 나오고 나니 맘이 편해졌다. 그 뒤부턴 애들이 노크만 하는 일도 없어졌고 밥 먹는 것부터 모든 생활이 그런대로 정상을 찾아갔다. 

마지막 오일째엔 드디어 퇴원을 했다. 지나가지 않을 것만 같던 시간이 모두 지나갔다. 하늘에게 감사하며 앞으론 내 몸 사용법을 잘 공부해서 다시는 병원에 오지 않기로 맹세하고 병원을 나섰다. 5일간의 평범하지 않았던 날들. 모처럼만의 2014년 5월 6일간의 연휴였으나 수술당일 포함하여 5일은 병원 그리고 나머지 2일은 집에서 푹 쉬었다. 덕분에 예정되었던 캠핑도 친구와의 술자리도 모두 물건너 갔지만 잠시 잊었던 가족애도 다시 확인하고 내 건강에 대한 경각심도 다시금 일깨운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이제 곧 마흔에 들어서는 나이인데 좀더 건강에 신경쓰고 가족도 챙겨야겠다. 모두 건강하시길~ 


P.S. 참. 총 비용은 보험 제하고 75만원 정도 나왔다. 원래 50만원대로 끝날 수 있었으나 위에는 적지 않은 사건?이 하나 있어 추가 검사를 했고 그게 비용이 22만원이나 했다. 쩝.. 이래서 사람들이 병원비 무서워하나 싶다. 


Posted by 레이크워터
2011. 2. 9. 00:12
오늘 정말 너무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들었다. 30대 초반의 유망한 시나리오 작가의 사망. 

죽음은 누구나 거쳐가는 삶의 종착역이라지만 이렇게는 안 된다. 세상을 아무렇게나 사는 사람에게는 그럴수도 있다 치자. 이렇게 자신의 꿈을 위해 살고자 노력한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안타까운 마지막을 고할 수 밖에 없었을까? 한동안 먹먹한 가슴을 달랠 수 없어 그저 멍하니 있었다. 머리속은 정지한채로... 간신히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아.. 정말 세상이 이래도 되는거야? 

아름다웠지만 한없이 안타까운 그 영혼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다. 내세에선 나랑 친구해요.. 라고..
Posted by 레이크워터